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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줄거리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 ‘조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평생을 조직의 명령에 따라 타겟을 제거하며 살아온 그녀는 냉철하고 감정을 배제한 완벽한 킬러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조직으로부터 “이제 필요 없다”는 통보를 받으며 그녀의 인생은 급변합니다.
조각은 오랫동안 조직을 위해 헌신해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조직은 그녀를 처리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킬러들을 투입하고, 조각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도 반격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도망치는 과정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조각은 우연히 한 소년과 얽히게 됩니다. 이 소년은 조각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존재로, 킬러라는 냉혹한 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입니다. 조각은 처음에는 그를 이용하려 하지만,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 관계는 그녀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조직은 끊임없이 그녀를 추적하며, 조각은 생존을 위해 다시금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싸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조각이 내리는 마지막 결정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내리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2. 총평
① 기존 킬러물의 전형성을 깨는 독창적인 설정
일반적으로 킬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에서는 젊고 날렵한 남성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기존의 클리셰를 뒤집습니다. 노화로 인해 신체적으로 약해진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과정은 전통적인 액션 스릴러와는 차별화된 색깔을 가집니다.
또한, 조각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킬러가 아니라 삶과 죽음, 그리고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냉혹한 살인자이지만, 동시에 한때는 사랑받기를 원했던 아이였고, 한 인간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은 『파과』를 단순한 액션 소설이 아니라 심리 소설로서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② 철학적 깊이를 더하는 심리 묘사
『파과』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닙니다. 오히려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각의 내면적 갈등과 성찰입니다. 그녀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평생을 살인자로 살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한 번도 ‘내 삶을 내가 선택한 적이 있는가’를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자신을 제거하려 하면서, 조각은 처음으로 자신만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살인을 반복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본인은 살아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오직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처럼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직의 배신과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아가고, 마지막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각의 변화 과정은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며,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내 삶은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③ 액션과 서정성이 공존하는 문체
구병모 작가는 특유의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문체로 유명합니다. 『파과』에서도 이 같은 문체적 특징이 잘 드러나며, 단순한 액션 소설을 넘어 깊이 있는 문학적 가치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조각이 조직에게 배신당한 후의 감정 묘사나, 소년과 함께 있는 순간의 묘사는 매우 감각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됩니다. 그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문장들은 때때로 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도 단순한 총격전이나 무술 대결이 아니라, 노화된 신체를 가진 조각이 어떻게 상황을 이용해 싸우는지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점은 작품을 더욱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게 만들어 줍니다.
④ 여운이 남는 결말
『파과』의 결말은 전형적인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닙니다. 조각은 마지막까지 싸우지만,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싸웁니다. 그녀가 내리는 선택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선택입니다.
이러한 결말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에 맞추어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각의 이야기는 그런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내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3. 마무리
『파과』는 단순한 킬러 액션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여성의 생존과 자기 정체성 찾기,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함께 철학적 깊이가 더해지면서,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특히, 기존 장르문학의 틀을 깨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 섬세한 심리 묘사,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파과』를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만듭니다. 단순한 액션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예상과 다른 깊이에 놀랄 수도 있지만,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신선한 설정의 장르문학을 찾는 독자
- 단순한 액션물이 아닌, 철학적 깊이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 여성 주인공 중심의 강렬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
『파과』를 읽고 나면, 조각이라는 캐릭터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선택과 삶을 곱씹으며,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